아들이 후임담임자로 선정되는 것에 대한 목회적 고찰

by 세반연 posted May 0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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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후임담임자로 선정되는 것에 대한 목회적 고찰
  
박동찬
광림교회 기획담당목사
 
 
서론
 
요즘 한국교계는 아버지가 담임목사로 사역하고 있는 교회에 아들이 후임으로 선정되는 것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논란이 일고 있다. 첫째는 아들이 담임자로 선정된 것에 대해 과연 '세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적합한가의 논란이며, 둘째로 교단의 법과 개체교회의 인사위원회의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선임이 된 경우에도 아들은 후임자가 될 수 없는가 하는 점이다. 셋째로 지금까지도 국내외적으로 아들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담임목사직을 수행한 결과 좋은 모습 속에서 성장하고 있는 교회가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들이 후임이 되는 것은 세습이며 교회가 타락해 가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제 한국교회는 성숙을 지향하는 시대적 기로에 서 있다. 1세대의 성장지향적 목회에서 2세대의 성숙지향적 목회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누가 후임이 되느냐의 문제보다 그 결정으로 인해 어떤 결과가 산출되느냐에 더 귀추를 주목해야 한다. 항상 그렇듯이 하나의 문제가 있을 때, 그것을 보는 관점의 차이는 다양하며 어느 하나의 견해만이 옳다고 주장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본 사안은 신학교나 학문적 차원에서 발생된 일이 아니라 개체교회의 목회현장 속에서 발생된 문제이기에 실천목회적인 입장에서 이 문제를 접근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은 아들이 후임자가 되는 것이 신학적이며 이론적인 차원에서 논의되기 보다 그것이 목회학적으로 교회현장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며 그 결과가 교회에 어떻게 나타나느냐를 생각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며, 목회자가 되는 것은 사회적인 어떤 명예나 지위를 갖는 것이 아니라 목회현장에서 어떤 책임과 역할을 하느냐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목회가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기독교 역사 속에서 이어져 온 목회의 전통과 목회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고 그 속에서 담임목사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알아보는 것은 아들이 후임이 되는 문제를 진지하게 살펴보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고도 필요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본 글에서는 목회적인 측면에서 소위 '세습'의 문제를 다루어 보고자 한다.
 
 
1. 목회의 본질과 목사의 역할
 
목회란 한마디로 정의될 수 없는 것이지만 그것이 교회 구성원의 신앙생활과 교회의 제반 활동과 관련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첫째 목적은 복음을 증거하여 불신자들로 하여금 예수 그리스도를 알게 하는 일이다. 폴 믹키(Paul A. Mickey)도 그의 저서에서 교회의 존재이유와 목회의 본질은 예수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을 증거하는 것이라 밝히고 있다. 즉, 목회의 본질은 불신자들에게 복음을 전해서 그들로 하여금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고백하게 하며, 지속적으로 교회 공동체 안에서의 기도와 훈련, 예배와 친교 등을 통해 또 목회자와의 신앙적 관계를 통해 믿음이 자라게 하고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게 하는 것이다.
 
초대교회시절, 사도들의 증언을 통해 크리스찬이 되기로 결단한 사람들은 늘어갔고, 그 결과 교회는 그들에게 지속적인 훈련과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해야 할 필요성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의 흐름 속에서 교회는 조직화되었고 여러 가지 신앙 교육 프로그램과 활동들이 체계화되었는데 이것이 오늘 우리가 교회에서 실천하고 있는 목회사역이다.
 
이러한 목회사역에 있어서 목사는 그 모든 일에 주도적으로 앞장서며 교회의 구성원들을 지도할 책임이 있는 선별된 사람이며, 그 교회에 출석하는 성도들과 장․단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나름대로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여러 가지 활동과 행사를 주도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목회활동을 이야기 할 때 가장 핵심적인 인물로 그 교회의 담임목사를 언급한다.
 
그러나 목회를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것처럼 목사의 역할도 분명하게 정의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프랭클린 지글러(Franklin M. Segler) 박사는 목사의 책임과 역할이 "기독교신학과 목회실천 사이에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 말하며, 목사의 역할을 이상적인 것과 기능적인 것으로 나누고 있다. 즉, 목회란 하나님의 영광과 인간의 구속을 추구하는 일련의 활동을 지칭하는 것이며, 이것은 성경이 가르치고 있는 신학적인 명령들을 어떻게 현실 속에서 또 우리의 구체적인 삶 속에서 우리들의 행위로 실천할 수 있게 재편성하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목회신학자인 토마스 오덴(Thomas C. Oden)도 모든 목회사역의 핵심은 우리를 위하여 그리고 우리를 통하여 수행하시는 그리스도 자신의 사역이지만 그 사역은 우리의 참여와 헌신을 통하여 구체화된다고 주장하면서 둘 사이의 조화를 이루어 가는 것이 목회의 본질이며 목사의 핵심적 사역이 되어야 함을 지적하고 있다.
 
때로 사람들은 둘 사이의 긴장관계 속에서 어느 한쪽만을 강조함으로 둘 사이의 조화를 깨뜨리는 경우가 있다. 신학적이고 이상적인 것만을 추구하다 보면 정작 돌봄과 사랑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고, 반대로 교인들과의 관계와 교회 성장에만 치우치다 보면 지극히 인본주의적인 목회가 되고 마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세상의 어느 교회도 하나님이 교회의 주인이요 주님이 목회의 인도자가 되심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목회자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 교회의 목회는 곧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수밖에 없다. 프랭클린 지글러 박사도 이상적인 하나님의 나라는 개교회가 무시되는 한 결코 실현될 수 없음을 지적하면서 개체교회 내에서의 실제적인 목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즉, 교회가 하나님의 뜻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목사가 그 기능적인 역할, 즉 설교하고 예배를 인도하며, 전도와 선교에 앞장서며, 행정적으로 교회를 치리하고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성도의 영적 생활을 돌보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함은 자명한 일이다.
 
대형교회일수록 목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민주적인 팀목회를 실시하든지 아니면 카리스마적인 리더쉽의 목회를 실천하든지 목회자는 더 넓게 보고 더 깊게 목회의 방향과 본질을 파악하지 않으면 안된다. 교회성장 및 진단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라일 샬러(Lyle E. Shaller) 박사도 그의 저서 「Growing Plans」에서 중형크기의 교회에서는 평신도의 역할이 교회성장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지만 대형교회의 경우에 있어서는 목사의 역할이 중요한 변수가 됨과, 교회성장과 목회전략을 개발함에 있어서 가장 큰 변수가 목사의 역할임을 주장하고 있다. 즉, 교회성장에 있어서 목사의 역할이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은 매우 크며, 대형교회일수록 목회자의 전문성은 강조될 수밖에 없다.
 
 
2. 준비된 목사와 교회성장
 
목회활동은 교회성장과 직결된 문제이다. 물론 교회성장 자체가 목회의 근본적인 목표는 될 수 없다. 그러나 성경적인 목회를 하다보면 교회가 성장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즉, 교회의 구성원들은 불신자를 전도하여 교회에 정착하게 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고백하게 하며 그들로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게 하여 세상에 다시 파송하는 목회구조 속에서 교회활동에 참여하게 되는데, 이런 구조는 교회가 성장하는 자연스러운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또 교회의 성장여부를 논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전도와 선교는 주님께서 우리에게 내리신 지상명령이기에 이것은 모든 교회의 공동목표가 되어야 한다.
 
교회성장과 관련해서도 가장 중요한 사람은 그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목사이다. 담임목사가 어떤 목회철학을 가지고 어떤 자세로 목회에 임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상당히 달라진다. 목회를 위한 환경의 차이는 교회마다 다소 있겠지만 그런 외적인 조건보다 중요한 것은 목회자의 비전과 자세이다. 아무리 큰 대형교회라 할지라도 담임목사가 성장필요성을 공감하지 못하며 성도들과 불화하고, 그 결과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면 그 교회는 분열과 쇠퇴를 맞게 된다.
 
그러므로 교회가 성장하는 것은 우선적으로 하나님의 도우심이 있어야 하지만 목사를 중심으로 최선을 다하는 목회사역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현대 목회에 있어서 '교회 마켓팅'이라는 표현이 등장하고 있다. 교회가 세속화되어 가는 증거냐 아니냐를 논하기 이전에 목회의 효율과 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경영학의 원리를 도입한 결과이다. 마켓팅의 논리가 복음의 자리를 대신한다면 그것은 당연히 금지되어야 할 것이지만 그것이 복음을 전하는 도구가 된다면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마찬가지로 담임목사의 아들이 후임담임자가 되는 것이 옳으냐 아니냐는 목회에 있어서 본질적인 부분은 아니다. 목회적인 측면에서 살펴볼 때, 담임목사의 후임을 선택하는데 고려되어야 할 점은 아들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후임이 그 교회의 여건에 합당하도록 훈련되어 있으며, 그 교회의 상황에 적합한가 하는 점이다.
 
현대사회는 사람들의 취향과 기호 그리고 다양한 특성이 중시되는 사회이다. 과거와는 달리 교회마다 특성이 있고 그 특성에 맞게 목회방침과 활동을 계획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성경공부를 중심으로 목회하는 교회가 있는가하면, 선교중심의 목회를 지향하는 교회가 있다. 그리고, 문화사역을 중심으로 목회하는 교회가 있는가하면 영적인 훈련과 체험을 바탕으로 목회하며 교회를 성장시키는 교회가 있다. 이런 여러 교회의 모습을 보면서 어느 교회는 옳고 다른 교회는 잘못되었다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 방법이나 방식이 목회의 본질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목회의 본질이 아니기 때문에 필요 없는 것이라 말한다면 그것은 잘못이다. 이같은 현상을 토대로 교회성장학자인 피터 와그너(C. Peter Wagner)는 목회자의 '목회철학'(Philosophy of Ministry)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목사가 목회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에 있는지를 강조하고 있다.
 
후임자를 선정하는 문제에 있어서 그가 어떤 목회철학을 가지고 있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그것은 사람들이 자라온 교육환경이나 배경이 그 사람의 가치관과 생활을 지배하듯이 목사의 신앙관과 생각은 교인들에게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며, 전임목회자의 재임기간이 길면 길수록 후임자에게 적응하는 시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전임담임목사와 20-30년 동안 함께 해온 교인들은 그 담임목사의 가치관이나 설교, 목회방식, 그리고 목회철학에 많은 영향을 받았고 또 그것에 익숙해있다. 그런데, 어느 날 전혀 신앙관이나 목회철학이 다른 목회자가 부임할 경우 그 후임목사의 목회철학이 전임자의 것과 차이가 크면 클수록 교인들은 더 혼란스러워하며 적응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후임자가 전임자와 같은 목회철학을 가지고 같은 스타일의 설교를 증거하며 그 교회의 교인들로부터 신뢰를 얻게 되는 것은 어느 한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기에 후임자가 수년간 전임자의 지도력 아래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배운 경험들은 후임자로서 가져야 할 가장 귀한 자산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여러 성장하는 대형교회에서 아들을 훈련시켜 담임자가 되게 하는 것은 첫째, 목회의 위험부담을 줄이는 현실적인 방안이 되기 때문이며, 둘째, 후임자의 시행착오와 적응의 시간을 줄이는 방안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인천숭의교회 이호문 목사도 새로운 사람이 후임이 되는 경우 "교회의 일이나 교인들과의 관계의 연속성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며, 아들이 후임이 되는 경우의 목회적인 측면에서 큰 장점이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므로, 목회의 현실과 실제성을 간과하고 단지 아들이기 때문에 안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는 주장이며, 선교와 전도를 통한 교회성장과 하나님의 뜻보다는 세상의 정서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과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3. 현대 교회의 현실적인 여건
 
물질문명의 발달로 인한 생활의 편리는 현대 신앙인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과거처럼 교회에 출석하고 기도하는 일이 세상의 편리주의로 인해 줄어들고 있다. 열심히 교회에서 봉사하며 기도하던 성도들의 생활이 점차 세속 문화에 길들여지며 그 성향을 따라가고 있다. 이런 현상은 과거 유럽을 비롯한 북미의 교회에서 일어나던 것으로 한국교회 역시 사회의 발전과 더불어 서구 교회의 퇴보과정을 그대로 따라 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현대목회에 있어서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다원주의적 성향과 자본주의의 결과인 소비주의가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사회가 점차 다원화되어 가면서 종교분야에서도 절대 진리를 주장할 수 없는 시대가 왔으며, 그 결과 교회를 잘 다니던 교인들도 여러 가지 이유로 어렵지 않게 불교로 개종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믿음과 체험보다도 기분과 분위기에 따라 종교를 바꾸는 현대인들에게 기독교의 절대성을 소개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이와 함께 교회 속에 침투한 세속주의의 영향도 무시하지 못할 선교의 방해요소가 되고 있다. 사회학자 다니엘 벨(Daniel Bell)은 교회 세속주의의 한 형태인 자본주의적 소비성향이 교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다. 벨은 현대인들의 신용카드 사용이 무엇을 얻기 위해 절약하고 기다리던 전통적 생활 패턴을 즉각구매와 즉각만족의 형태로 바꾸어 놓았다고 지적한다. 이런 경향은 현대교인들의 신앙생활 속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즉, 한 교회에서 자신이 기대한 요구에 즉각적인 만족을 얻지 못하게 될 때에 교인은 쉽게 교회를 옮기거나 떠나며, 또 분위기에 따라 교회를 바꾸는 변질된 형태의 신앙풍속도의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 교회 속에서 '교회쇼핑'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는 것은 그 직접적인 예가 된다. 제임스 코블(James F. Cobble) 역시 그의 저서「The Church and The Power」에서 교인들의 이런 소비주의적인 성향이 제자도를 대신하고 있음을 주장하면서 현대 교회가 미래에 대처해 나가야 할 중요한 과제로 지적하였다.
 
이런 현실여건 속에서 전도활동을 하다보면 한 사람의 생각을 변화시켜 교인이 되게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쉽게 경험할 수 있다. 불신자에게 복음을 전하고 또 믿음의 확신을 갖게 하고 준비된 주님의 제자가 되게 하는 것은 비상한 각오와 노력 없이는 안되는 일이다. 이런 맥락에서 목회자가 최선을 다해 계획을 세우고 열심히 목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목회자가 교회의 목표를 정하고 후임자를 신중하게 선정하는 것이 흔히 세습반대를 외치는 사람들의 주장, 즉 "교회의 주인은 예수님"이라는 주장과 대립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교회의 주인은 예수님"이라는 주장을 가지고 아들이 후임 담임목사가 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그것을 목회적 차원보다 재산의 위임이나 권력의 이양이라는 세속적인 관점에서 이해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즉, 최선의 결과를 위해 교회에서 기도하며 결정하는 것은 교회의 주인이신 예수님께 충성된 청지기의 사명과 본분을 다하는 자세이며, 그리스도와 대립이 아닌 연합의 관계로 보아야 한다.
 
오늘날 사회의 제반 여건은 매우 힘든 여건 속에서 목회하고 선교해야 하는 상황임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한국교회는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보다 효과적이고 지속적이며 발전적이 되기 위한 목회의 전략과 구조를 만들어서 실시해야 하며, 이는 한국교회의 사활이 걸린 매우 중요한 현실적인 문제라 말할 수 있다.
 
 
4. 후임자 선정 후 발생 가능한 결과들
 
후임목사가 선정되었을 때에 그 교회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혼란 속에 분열되고 쇠퇴해 가는 현상이며, 둘째는 현상유지에 급급한 현상, 셋째는 더 성장하고 발전하는 현상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게 하는 변수로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신임목회자가 얼마나 그 교회의 전임목사나 평신도 지도자들, 그리고 그 교회의 목회방침에 잘 적응하느냐에 달린 문제이다.
 
 
⑴ 퇴보와 분열현상
 
신임목사가 교회의 담임자로 부임했을 때 가장 먼저 당면하는 문제는 겉으로 드러나는 행사나 예배, 전도의 문제가 아니라 교인들과의 관계성의 문제이다. 신임 목사는 그 교회의 드러나지 않은 내부의 갈등상황을 잘 파악하고 그간의 의사결정구조와 교인들의 성향을 잘 이해해야 한다. 전임목사의 목회기간이 길면 길수록 이런 문제는 신임목사에게 더욱 큰 부담이 되며, 전임자와 교인간의 뿌리 깊은 관계성은 오히려 신임목사에게 큰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라일 샬러(Lyle E. Shaller)에 의하면 이것을 "개척자와 입주자간의 갈등"(Pioneer-Homesteader Conflict)이라 표현하고 있으며, 생각보다 많은 교회가 담임자의 교체이후 이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게 되며,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이기에 신임목사가 부임 후 얼마 되지 않아 교회를 떠나게되는 경우도 종종 보게된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한번 겪게 되면 교인들의 교회에 대한 열정이나 참여정도가 많이 떨어져 교회가 쉽게 쇠퇴하고 다시 회복이 어려운 상태로 들어가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영국의 비즐리-머레이(Beasley-Murray)와 윌킨스(Wilkinson)가 조심스럽게 연구한 결과는 우리의 주목을 끈다. 그 조사에 의하면, 신임목회자가 부임하여 목회하면서 성장의 기틀을 마련하기까지 5년에서 10년의 기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이것은 새로운 교회에 적응하는데 걸리는 시간이요 성도들로부터 신뢰감을 얻는데 필요한 시간이다. 그렇다고해서 모든 목회자가 5년 이상이 되면 목회의 기틀을 잡고 훌륭한 목회를 해 나가는 것은 아니다. 목회철학이나 목회의 방식이 전임자와 다른 경우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며, 더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게 되고 교인간의 분열을 초래하게 된다. 사도 바울이 자신이 선교하여 세운 소아시아의 교회에 자신의 제자이면서 아들과 같이 사랑한 디모데를 파송하여 목회를 하게 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왜 자신의 측근을 파송하였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지 선교지를 더욱 든든히 세우기 위한 목회의 효과적 차원이 강조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⑵ 현상유지의 모습
 
후임자가 새로운 목회를 시작할 때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 속에서 그 교회에 잘 적응하면서 교인간에 분열되는 것을 막고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후임자가 부임하여 교회 내에 갈등이 발생하고 분열이 초래되는 것은 신학적이고 성경적인 측면보다도 현실적인 문제이다. 사실 오랜 기간 동안 전임자의 목회 방침과 스타일에 익숙해져있는 교인들에게 새로운 목회자의 목회방침과 태도는 한편으로 신선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매우 불편한 것이다. 교회가 크면 클수록 이 부분은 더 민감한 부분이며 교회의 안정과 성장을 위해 빨리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이 시기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성장을 향해 달리던 탄력을 잃어버리게 되고, 다시 성장의 동력을 회복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교회를 봐도 이런 현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수 십년에서 수 백년의 역사를 가진 교회가 현대사회 속에서 다시 성장하는 예는 거의 없다. 반면에 새로운 목회전략과 목회방침을 가지고 새롭게 개척한 교회가 급성장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오랜 전통 속에 화석화되어 있는 교회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다시 성장의 기틀을 마련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더 힘들다는 것을 입증해주는 예가 된다. 그러므로 현상유지를 목표로 하는 교회는 점차 성장을 향한 동기를 잃게되고 화석화되면서 쇠퇴의 길을 걷게 되며, 현상유지의 기간이 줄이면 줄일수록 성장을 향한 가능성은 많아지게 된다.
 
 
⑶ 성장과 발전
 
후임자의 자질과 인품이 전임자보다 탁월할 때에 교회는 더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전임자가 워낙 탁월하여 대형교회를 이룬 경우 후임자의 탁월성은 전임자의 빛에 가려지고 그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교회가 계속 성장할 수 있게 하는 데에는 첫째, 전임자의 협력과 지원이며, 둘째, 후임자의 적응능력 그리고 셋째로 그 교회의 상황에 적합한 미래목회의 비전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아들은 후임자로서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그 교회에서 부목사로 오랜기간 목회를 하였다면 더욱 많은 이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미 그 교회의 특성과 분위기를 알고 또 많은 교인들과 관계를 형성하였기 때문에 교인들도 담임자가 교체된 이후에 받는 충격을 최소화 할 수 있으며, 신임목사의 새로운 목회방침을 쉽게 이해하고 따르게 된다.
그러므로 아들이 후임자로 적합하냐 아니냐는 그 개체교회의 목회방침과 상황에 맞추어 판단되어야 할 부분이지 거기에 어떤 세상적인 권력이나 이권, 혜택이 주어지고 불의가 행해진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분명한 인권유린이요 교권침해라 할 수 있다. 만약 소속교단에서 안수를 받지 않은 평신도 아들에게 그 담임목사가 안수하여 교회를 담임케 한다면 그것은 명백한 불법이요 세습이다. 그러나 다른 목사들과 같이 정당한 교육과 절차를 거쳐 교단에서 목사로 안수받았다면 여러 후보들 가운데 동등한 자격을 가지고 아들도 추천될 수 있음은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아들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그 이후에도 쇠퇴가 아닌 계속적인 성장과 발전 가능성, 그리고 내재된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5. 아들이 후임 담임자가 된 사례들
 
아들이 담임목회자의 후임으로 선정된 예는 국내외적으로 많이 있으며, 대체적으로 안정감있게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교회마다 경우는 다르겠지만 아들이 후임이 되는 것에 어떤 이권이나 특혜, 또 재산권 때문에 아들이 후임으로 선정된 예는 많지 않다. 오히려 아들을 후임으로 세우는 경우는 전임자의 선교에 대한 꿈과 비전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다. 재산이 많은 교회에서는 아들이 후임이 되어선 안되고 작고 가난한 교회에서는 괜찮다는 도식은 그 발상자체에 문제가 있다. 만약 대형교회의 경우 어떤 특혜나 이권이 개입되어 있다면 누가 후임이 되든지 그 특혜와 이권이 주어지는 것은 동일하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이 문제를 단지 아들이기 때문에 "세습이다"라는 시각에서 바라보면서 교회와 목회의 본질을 흐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아니다. 실제로 아들이 담임목사가 될 때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며 또 교회에 어떤 어려움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근거로 문제삼아야 한다. 현재 국내외적으로 아들이 아버지의 뒤를 이은 예가 많이 있지만 간략하게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⑴ 외국의 사례들
 
① 오스왈드 스미스(Oswald J. Smith)의 People's Church
 
오스왈드 스미스 목사는 복음전도에 헌신키로 작정하여 세계선교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실천하면서 캐나다 토론토에 People's Church를 개척하였다. 그는 40여년에 걸친 그의 목회와 선교는 1959년 아들인 폴 스미스(Paul B. Smith)로 넘겨졌고, 폴 스미스 목사는 People's Church를 통해 아버지의 세계선교비전을 계속 이어 갔다. 현재 People's church는 토론토지역의 가장 큰 교회로 성장하였고 세계선교의 산실과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20세기초부터 시작된 오스왈드 스미스의 선교정책은 현재까지 후손들에 의해 계속 이어지고 있다.
 
 
② 로버트 H. 슐러(Robert H. Schuller)의 Crystal Cathedral
 
수정교회의 담임목사인 로버트 슐러(Robert H. Schuller) 목사는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에 대한 확신을 통해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심어준 지도자로서,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 가든 글로브에 초대형 수정교회(Reformed Church)를 건립하여 문서선교와 매스콤 선교 및 지도자 훈련과 교육, 세미나 개최 등 다양한 선교활동을 통해 세계 교회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간 장남인 로버트 A. 슐러를 동역자로 훈련하여 미래의 목회를 대비하고 있으며, 현재는 공식적으로 수정교회의 후임 담임자로 선언하여 슐러의 특징적인 목회와 방송선교사업, 그리고 목회자 훈련센타의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③ 오랄 로버츠의 Oral Roberts University
 
미국의 유명한 복음전도자요 교육가인 오랄 로버츠 박사는 청년들의 교육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신앙적으로 청년들을 훈련시켜 세계를 변화시킬 영적 지도자를 배출하기 위해 오랄 로버츠 대학(Oral Roberts University)을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Tulsa)에 건립하였다. 현재는 그의 아들인 리차드 로버츠(Richard Roberts)가 그 대학의 총장으로 재직하면서 아버지의 뜻에 따라 대학 교육 뿐 아니라 목회훈련 및 개발센터를 함께 운영하며 영적 지도자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④ 빌리 그래함의 전도대(Billy Graham Evangelistic Association)
 
세계적인 복음전도자 빌리 그래함은 1950년 미네소타주 미네아폴리스에 "빌리그래함 전도대"(BGEA)를 발족하여 현재까지 세계를 다니며 복음전도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겔럽 조사에 의하면, 빌리 그래함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인의 인물 가운데 포함된 인물로서 현재 라디오 선교와 문서선교 그리고 복음전도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빌리 그래함의 아들 프랭클린 그래함(Franklin Graham, Ⅲ)은 월드비전(구 선명회)의 창시자인 피어스 박사의 초청으로 세계 구제사업에 참여하여 미국의 구제기관인 Samaritan's Purse의 이사로 선임되었으며, 아버지 빌리 그래함의 뒤를 이어 세계 복음전도운동의 전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매년 호주와 네덜란드를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10여 차례 이상 아버지를 대신하여 복음전도운동을 인도하고 있다. 그는 현재 빌리그래함전도대 부의장(Vice-Chairman)으로 있으며, 차기 의장이 되도록 결정되어 있다.
 
빌리그래함 센터에서는 해외 선교를 위한 자료조사와 전략연구를 통해 해외 선교에 크게 공헌하고 있으며, 그 선교정책(Mission Statement)에 의하면 세계복음화를 목적으로 기독교지도자들과 연대하며 복음화를 위한 전략과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 명시되어 있다. 이와 같은 세계복음화의 비전이 아들인 프랭클린 그래함에 의해 이어짐으로 빌리그래함 이후에도 세계복음화 운동이 계속 전개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⑵ 국내의 사례들.
 
① 인천숭의교회 이호문 목사
 
1963년부터 숭의교회 부목사로 재직하다가 1973년부터 담임목사로 취임하였다. 당시 3백여명의 교인이 있었고 이호문 목사가 취임하는 것에 반대하는 교인들도 있었지만 현재 5천평 규모의 교회시설에 5만 성도가 모이는 교회로 성장하였다. (기독교타임즈 2000년 7월 15일 字)
 
 
② 부평교회 홍은파 목사
 
홍은파 목사는 1980년 부평교회의 전도사로 있다가 아버지의 은퇴이후 그 교회를 담임하였다. 부임당시 장년 400-500명 정도 출석하였지만 현재 장년 3천명에 주일학교 학생 2천명이 출석하는 교회로 발전하였다.
 
이 외에도 주안감리교회, 부천기둥교회, 천안대성교회, 대구서문장로교회, 구로중앙교회, 성민교회, 서울중앙침례교회 등 많은 교회에서 아들을 후임자로 선정하였고, 대체적으로 문제없이 교회가 과거보다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론
 
교회성장학자 데이븐포트(Dewayne Davenport)나 피터 와그너(C. Peter Wagner)는 모두 교회성장의 열쇠가 목회자의 지도력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많은 교회의 지도자들도 이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한국의 대형교회들이 성장해온 그 이면을 보면 거기에는 반드시 그 교회 담임목사의 지도력이 배경이 되고 있다. 그것은 너무도 분명한 일이기에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 후임자를 선택하는 문제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즉, 한 교회를 개척하여 성장시키기까지 목회자의 역할이 그렇게 중요했다면 후임목회자의 영향력에 의해 교회가 쇠퇴하고 분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들을 후임으로 세우는 것이 사회적이고 정서적인 측면에서 볼 때는 좋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앞에서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교회의 존재이유와 목회의 첫째 사명은 사회의 분위기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영혼구원을 위한 선교와 전도에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요한 웨슬리(John Wesley)도 그의 선교방침을 세움에 있어서 엄격한 실용주의적 노선을 택하였다. 그에게 있어서 교회의 제도나 직제는 전도와 선교를 위한 수단으로 간주될 뿐이었다. 교회가 성장하여 대형교회가 되기까지는 많은 수고와 땀과 기도와 헌신이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느 날 깨어보니 대형교회가 된 것이 아니고 10년 20년 30을 한결같이 전도하고 선교할 때 교회는 성장하는 것이다.
 
각 교회마다 아들을 후임으로 세운 이유는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목회적 측면에서 아들이기에 갖는 유리한 장점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무조건 반대는 문제해결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교회가 이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보다 발전적이고 사회 속에서 그 사명을 다하는 교회로 거듭나기 위해서 자기의 주장만을 앞세우거나 또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적 가능성을 기정사실인 것처럼 문제시하며 한국교회에 상처 입히는 일은 서로 자제해야 한다. 사도행전 5장에 등장하는 가말리엘(행5:33-39)의 지혜가 과거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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