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천명광교회는 지난 4월 징검다리 세습을 완료했다. 초대 목사인 박춘석 목사의 아들, 박은성 목사가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노회 안에서는 세습을 놓고 공방이 일었다. 예장통합은 지난해 9월 세습 금지법을 결의했지만, 헌법위원회는 법을 시행하기에는 절차적인 문제가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김동엽 총회장)은 지난해 9월, 98회 총회에서 '담임목사 대물림 반대', 이른바 세습 금지법을 결의했다. 세습 금지법은 총회대의원 84%가 찬성할 정도로 큰 지지를 받았고, 98회 총회부터 즉시 시행하기로 했다. 사회적으로는 초대형 교단이 교회 세습 금지를 명문화함으로써 타 교단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하지만 총회 결의에도 세습을 감행한 교회가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초대 목사 아들, 징검다리 세습


전남 순천시 연향동에 위치한 순천명광교회는 4월 초 새로운 담임목사를 맞았다. 이 교회의 초대 목사인 박춘석 목사의 아들 박은성 목사다. 호남신학대학교 출신인 박은성 목사는 명성교회(김삼환 목사) 부목사와 제주도 의귀교회 담임목사를 지냈다. 순천명광교회는 박 목사를 청빙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준비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의회 투표로 박 목사를 청빙하고, 서 아무개 목사를 잠깐 담임목사에 앉혔다가 징검다리 세습을 진행했다. 이는 지난해 감리회 임마누엘교회 김국도 목사가 아들 김정국 목사에게 세습한 방식과 같다. (관련 기사 : 임마누엘교회, 꼼수 세습?)


지난 5월 19일 교회를 직접 방문했다. 한국병원 바로 옆에 자리한 순천명광교회는 인근 교회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지하 셋방에서 출발한 교회는 개척 10년 만인 1999년, 대지 600평에 지하 1층 지상 6층 규모로 성장했다. 지금은 300여 명의 교인이 출석하고 있다. 새 담임목사를 맞은 교회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박은성 목사는 전라도 사투리로 설교를 전했다. 이따금 교인들은 박 목사의 유머에 박수를 치며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예배 후 만난 교인들은 박은성 목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50대 여성 교인은 "새로 온 목사님 참 잘한다"면서 추켜세웠다. 또 다른 교인은 "박춘석 목사님 아들이어서 더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일정상의 이유를 들며 만남을 거절한 박은성 목사와는 전화 통화로 이야기를 나눴다. 박 목사는 광주에도 세습한 교회가 많은데, 왜 우리 교회만 콕 집어 다루냐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박 목사는 자신이 명성교회 출신이기 때문에 <뉴스앤조이>가 취재하는 것 아니냐면서 김하나 목사(새노래명성교회)와는 친구라고 말했다. 세습은 총회 결의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박 목사는 "그 문제(세습)는 헌법위원회의 유권 해석을 따르겠다"고 말했다.


순천남노회, 정기노회서 세습 문제로 공방


순천명광교회와 달리 순천남노회(정성현 노회장)의 분위기는 좋지 않다. 지난 4월 정기노회에서 순천명광교회 세습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순천명광교회를 옹호하는 측은 교인들이 박은성 목사를 원했고, 절차를 밟아 청빙을 했기 때문에 세습으로 규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세습을 비판하는 측은 총회가 세습 금지법을 결의했으니 법을 따르는 게 순리라고 맞섰다. 노회 임원진 안에서도 의견은 엇갈렸다. 정성현 노회장은 세습은 잘못됐다는 입장이지만, 송재구 정치부장과 임채일 서기는 "순천명광교회는 '세습'으로 보기 어렵다"며 감쌌다. 정기노회에 참석한 복수의 목사에 따르면 순천명광교회의 세습을 지지하는 의견이 높았다. 결국 순천남노회는 총회 임원회에 "세습한 교회가 있는데, 어떻게 처리해야 하느냐"고 묻고, 임원회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 총회 임원회는 순천남노회의 질의를 헌법위원회(헌법위·조면호 위원장)에 의뢰했다.


헌법위, "목회 대물림 위법 아냐"

  
▲ 박은성 목사는 세습 문제와 관련해 헌법위원회의 유권해석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조면호 헌법위원장은 순천명광교회는 세습이 아니고, 절차적으로도 문제될 게 없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헌법위는 세습 금지법안의 세부 조항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목사 청빙을 제한할 수 없다고 해석했다. 즉, 아버지가 아들에게 목회 대물림을 해도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이다. 헌법위에 따르면 98회 총회가 결의한 세습 금지법은 두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지난 3월 헌법위는 △법 개정은 정치부가 아닌 헌법위에서 발의해야 하고 △개정한 헌법을 공포하기 위해서는 노회 의견 취합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며 "총회 결의가 헌법에 어긋난다"는 전남노회의 질의를 받아들였다. (관련 기사 : 예장통합 세습 금지법 시행, 법리에 가로막히나) 다시 말해 헌법과 관련한 개정은 헌법위가 발의해야 하며, 차후 65개 노회의 찬반 투표 과정을 거쳐야 헌법 개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자 총회 임원회는 "98회 총회 결의를 뒤집을 수 없다"면서 헌법위에 재심을 요청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조면호 헌법위원장은 목회자 청빙은 현행법대로 하면 된다고 말했다. 조 헌법위원장은 "세습이란, 아무런 절차 없이 아버지가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주는 것"이라면서 교인들의 투표로 목사를 청빙한 순천명광교회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준 박춘석 목사는 헌법위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전화 통화에서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자신의 신분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 목사의 신분은 임지가 없는 무임목사다. 변칙 세습을 하면서 담임목사에서 무임목사가 됐다. 6~7월경에 입국할 예정이라고 밝힌 박 목사는 추후 공동의회를 통해 원로목사 취임 논의도 다룰 것이라고 했다. 박 목사는 2007년 순천남노회 초대 노회장을 지냈고, 부흥사를 배출하고 훈련하기 위해 세운 총회 부흥전도단 단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예장통합 교단지 <기독공보> 이사로 있다.


박은성 목사의 신분도 무임목사다. 세습 문제로 순천남노회 가입 승인을 받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노회 가입 신청은 교회 부임 전에 하는데, 박 목사는 교회에 부임하고 나서 노회 가입을 신청했다. 정성현 노회장은 "박은성 목사가 제주노회에서 순천남노회로 온다는 말도 없이 노회 가입을 신청했다. 이 점은 차후 논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총회 임원회, 세습 입장 밝힐까


총회 임원회는 헌법위의 유권해석을 받을지 말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회 임원은 "5월에 결과가 나올 줄 알았지만 6월로 연기됐다. 처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원회는 6월 20일 회의를 열고 헌법위의 유권해석을 처리할 예정이다.


만일 임원회가 헌법위의 유권해석을 받아들이면, 세습 금지법 시행은 빠르면 11월에나 가능해진다. 과정은 이러하다. 오는 9월 열리는 99회 총회에서 세습 금지법 세부 조항을 다룬다. 이어 가을에 열리는 각 정기노회에서 세습 금지법 찬반 투표를 한다. 과반의 찬성표를 획득할 경우, 총회장의 공포로 법안은 시행된다.